정원과 잔디밭을 넓게 쓰고 싶다는 아내의 욕심에 내가 만들고 싶은 텃밭은 뒷켠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남쪽으로 정원이 있고 그나마 서쪽이 툭 틔어 있어서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런데 그곳은 주차장에서 올라오면서 바로 보이는 곳이라서 아내는 보기 흉하다며 그곳에도 화단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결국 내게 주어질 수 있는 공간은 동쪽이다. 그런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경사가 진 단지라서 동쪽에는 높은 옹벽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그 옹벽 때문에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다. 해가 남쪽으로 왔을 때 잠시 햇볕이 들고, 오후가 되면 건물 때문에 다시 그늘이 진다. 그런 공간이나마 텃밭을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아내가 그곳에 무를 심어달라고 했다. 봄에는 상추와 들깨를 심어서 많이 띁어 먹었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