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_전원주택

230831_햇볕이 생명이다

서정원 (JELOME) 2023. 8. 31. 20:19

정원과 잔디밭을 넓게 쓰고 싶다는 아내의 욕심에 내가 만들고 싶은 텃밭은 뒷켠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남쪽으로 정원이 있고 그나마 서쪽이 툭 틔어 있어서 햇볕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런데 그곳은 주차장에서 올라오면서 바로 보이는 곳이라서 아내는 보기 흉하다며 그곳에도 화단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결국 내게 주어질 수 있는 공간은 동쪽이다. 그런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경사가 진 단지라서 동쪽에는 높은 옹벽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그 옹벽 때문에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다. 해가 남쪽으로 왔을 때 잠시 햇볕이 들고, 오후가 되면 건물 때문에 다시 그늘이 진다.

그런 공간이나마 텃밭을 만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아내가 그곳에 무를 심어달라고 했다. 봄에는 상추와 들깨를 심어서 많이 띁어 먹었고, 고추를 여섯 그루 심었는데 응달이라 웃 자라서 고추는 많이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로 오이 두 그루 심은 것으로 계속 따 먹고 있다. 장마 기간에 웃자라 스러진 상추들을 겉어내고 8월 중순에 무 씨를 뿌렸다. 잘 자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옹벽 방향의 무는 자라지를 못하고, 그나마 서쪽에 치우친 쪽 무만 무성하게 자란다. 중간에 열무처럼 거두어 먹으려고 씨앗을 촘촘히 뿌렸는데, 이번 주에는 솎에서 김치를 담그고 무가 제대로 자라도록 해주야겠다.

햇살이 비추는 기간이 텃밭의 동쪽 방향이나 서쪽 방향이나 큰 차이가 없을 듯 한데도, 무가 자라는 모양은 큰차이가 난다. 동쪽, 옹벽 방향은 거의 자라지 못하고 있다. 작은 차이를 우리는 그 쯤이야 하면서 가볍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은 여간 섬세하지 않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것 정도야 하는 마음을 경계해야 하겠다. 하나님의 말씀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같이 빠짐 없이 읽고 묵상하는 것과, 바쁘다고 빼먹고, 늦었다고 건너 뛰어서는 우리의 영성이 풍성하게 자라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발자국 같은 민감한 차이에서 잘 자라는 작물과 자라지 못하는 작물이 생긴다는 것을 기억하고, 주어진 일에 늘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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