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_시골할배

210822_고추농사를 짓기 전에

서정원 (JELOME) 2021. 8. 22. 19:55

시골할배는 농사가 준비된 할배여야 하는데, 시골할배라 자칭하기가 부끄러워진다. 지난 봄에 회사 공터에 텃밭을 일구고 고추를, 일반고추 100포기, 청양고추 10포기를 심었었다. 회사 식당 사장님이 고추농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주저함 없이 심었었다.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서 그간 5번에 걸쳐서 수확을 했다. 한번에 사과상자 한 상자 분량으로 수확을 했다. 거의 닷새 간격으로 수확을 하다보니 문제는 말리는 것이었다. 거둔 고추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고추가 수확되니 말리기가 감당이 안된다. 

나는 출근을 해야 하고, 아내는 새벽같이 외손녀 돌보러 갔다가 한밤중이 되어야 돌아오니, 집 밖에 고추를 내다 말릴 수가 없다. 중간에 소나기라도 올까 봐서다. 그래서 햇볕도 들지 않는 작은 중정에 고추를 말린다. 잘 마를 리가 없다. 주말에라도 내다 말릴려고 했더니, 갑자기 가을 장마가 찾아왔다. 

금요일 밤에 많은 비가 내려서, 앞마당에 비닐로 덮어 두었던 고추에 빗물이 스며들어서 어제 오전에 일일이 고추를 닦아서 다시 중정으로 들여다 놓았다. 주말내내 그리고 다음 주까지 비가 내린다니 걱정이 앞선다.

중정에 갇힌 고추

오늘 아침에도 구름이 하늘 가득했다. 행여나 구름 사이로 햇살이라도 보이면 중정에 있던 고추를 내다 널려고 날씨를 살폈다. 아내는 그러다 비오면 안된다고 그냥 중정에 두라고 했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난 다시 고추를 밖으로 내다 놓았다가 저녁 시간 때쯤에 들여다 놓았다. 아직도 고추가 눅눅하다. 

고추 농사를 지으려면, 말릴 준비부터 하고 시작해야 할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감당할지를 생각하고, 준비한 후에 심어야 할 듯하다. 그러지 못했으니 시골할배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꿀꿀한 마음을 살핀 듯, 아내가 부추전을 구워주었다. 부추도 텃밭에서 자란 것을 지난 주 금요일에 수확해 온 것이다. 내가 제피를 넣은 부추김치를 좋아하는 줄 아는 아내가 부추 김치를 담그면서 좀 남겨서 부추전을 구워준 것이다. 한산한 주말에 부추전이 마음을 달래기엔 제격이다.

부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