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_시골할배

210812_쪽파를 심었다

서정원 (JELOME) 2021. 8. 12. 20:02

어제 권사님이 쪽파 종구를 가져다 주셨다. 반은 지금 심어서 추석에 먹으면 되고, 반은 조금 더 있다가 심어서 김장할 때 놓으면 될 것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다른 날 보다 일찍 출근했다. 쪽파도 심어야 하고 며칠 사이에 붉게 익어있는 고추도 따야하기 때문이다. 3시 40분쯤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는 곧장 회사로 갔다. 회사에 도착하니 5시 15분쯤 되었다. 6월 말에는 아침 5시면 날이 훤하게 밝았었는데 이제는 아직 어스름이 짙게 남아있다.

쪽파 종구

사무실에서 권사님이 주신 종구의 마리 부분을 가위로 잘랐다. 매운 맛에 자꾸만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난다. 식사를 준비할 때 파를 만지는 여자들의 노고가 새삼 느껴진다. 꼭지를 자른 종구와 고추 수확을 위한 박스를 챙겨서 텃밭으로 갔다. 우선 파종을 할 곳을 정하고 흙을 삽으로 뒤집어서 다듬었다. 한여름 가뭄으로 흙이 매말라 있다. 돌을 골라내고 흙덩어리를 발로 밝고 손으로 비벼서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텃밭 중간에 덮어두었던 비료부대를 열고 요소비료를 꺼집어내어 두둑 위에 뿌렸다. 비료 위로 봄에 사용하고 남겨둔 거름을 흩었다. 생각보다 남겨둔 거름이 적어서 파가 잘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파종 할 준비가 끝났다.

이제 파종을 할 차례이다. 손가락으로 흙을 해집고 종파를 꽂았다. 뿌리가 아래로 가게 하고 자른 꼭지가 위를 향하면 된다. 두둑 폭 방향으로 4줄을 심고 길이 방향으로 심어 나갔다. 그런데 준비해 온 종구가 너무 많다. 그래서 다시 시작 지점으로 가서 중간중간에 더 조밀하게 심었다. 손으로 흙을 덮고, 고랑에서 흙을 퍼 올려서 두 손으로 비벼서 고운 가루의 흙으로 다시 한번 뿌리듯 덮어주었다. 그리고 흙이 매마른 듯 해서 파종 한 위에 물을 듬뿍 뿌렸다. 

 

가져간 골판지 박스를 고추 받 가운데 두고, 비닐 봉지를 들고 고추밭 고랑 사이로 들어섰다. 지난 월요일에 3차 수확을 했는데 그때 한 박스를 땄었다. 그런데 오늘은 붉게 익은 고추가 더 많은 것 같다. 조심스럽게 따려고 했지만 자꾸만 가지가 함께 꺾여서 딸려 올라온다. 아직도 농사가 서툰 모양이다. 오늘은 한 박스를 채우고도 비닐 봉지에 한 봉지가 가득하도록 수확했다. 숙성을 위해 서늘한 곳에 2~3일간 두어야 한다고 했지만, 자재 창고에 자꾸 갖다놓기도 그렇고, 사무실로 가지고 올라가기도 번거로울 듯 해서 그냥 차 트렁크 속에 두었다가 퇴근하면서 가지고 왔다. 사흘 정도 숙성시키고 토요일에 씻어서 말려야 할 것 같다.

말릴 공간이 여의치 않아서 고민이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수확하게 될 줄 몰랐다. 자재를 비우고 남은 대형 박스 두껑 두 개를 싣고 왔다. 거기에 담아서 말리면, 행여 비가 오더라도 치우기가 쉬울 듯 해서이다. 빨리 데크 공사가 되면 거기서 말리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