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_시골할배

210810_고추를 말리자

서정원 (JELOME) 2021. 8. 10. 21:21

붉은 고추를 따면 이틀 정도 그늘에 두었다가, 큰 다라이에 물을 담은 후 식초를 종이컵 반컵 정도 타서, 붉은 고추를 씻으라고 권사님이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맑은 물로 두 번을 행궈서 말리면 된다고 하셨다. 

7월 하순에 첫 수확을 해서 사무실에 두었더니 나 몰래 권사님이 가져가셔서 씻어서 고추말리기 기계로 말려서 가져다 주셨다. 꼭찌까지 따서 말렸다며 두근 반이더라고 하셨다. 무더위에 괜한 고생을 하시게 한 것 같아서, 두 번째 수확을 한 것은 권사님이 보실 수 없도록 자재 창고에 보관 했다가 퇴근하면서 가져다 씻어서 말렸었다. 뙤약볕에 그냥 말리면 하얗게 변할 수도 있다고 해서, 그늘에 말리기로 하고는 중정에 자리를 펴고 말렸다. 그런데 중정 바닥에서 베어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잘 마르지 않는다. 주말엔 밖에 잠시 내어다 말렸지만 주중에는 집에 사람이 없어서 중정에 둘 수 밖에 없다보니 말리기가 쉽지 않다.

어제 월요일 아침에 다시 세 번째 수확을 했다. 사과박스에 한 박스나 되었다. 수확한 고추를 이번에도 자재 창고에 두었다가 오늘 퇴근하면서 가지고 왔다. 푸짐하다. 

3번째 수확

집 뒤에 고추를 널 수 있는 곳을 만들었다. 돌을 주워다 받치고 그 위에 널판지를 깔았다. 널판지 위에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말리던 고추를 널었다. 그리고 그 위에 어제 구입한 부직포를 덮었다. 부직포가 먼지를 막아 줄 뿐더러 고추를 빨리 마르게 하는 기능도 한다고 한다. 

고추말리대

오늘 가지고 온 붉은 고추를 손질 할 차례이다. 창고에서 큰 다라이 두 개와 채 두개를 꺼내고, 주방에 있던 식초를 가지고 왔다. 대형 알루미늄 다라이에 물을 채우고 식초를 듬뿍 탔다. 그리고 붉은 고추를 그 물에 깨끗이 씻었다. 손에서 식초 냄새가 났다. 그리고 나서 맑은 물로 두 번을 더 행궜다. 

식초를 탄 물로 씻고, 맑은 물로 두 번 행궜다

고추에 묻어있는 물기를 제거 해야만 빨리 마를 것 같아서 마른 수건 두 개를 가지고 나왔다. 그러다가 문득 꼭찌를 따면 더 빨리 마르고, 나중에 아내가 고추 손질 하기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추를 하나하나 집어서 꼭지를 따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손질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우리는 그냥 쉽게 고추를 사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농부들의 손길이 무수히 거쳤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꼭찌를 땄다
고추 꼭지
꼭찌 따기를 마쳤다

이제 널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공간이 부족할 것 같다. 그래서 하나하나 줄을 맞추어서 널었다. 그래야 같은 공간이라도 많이 널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다행이 공간 안에 다 널 수 있었다.

고추를 널었다

이제 부직포를 잘라 와서 덮을 차례이다. 어제 넉넉하게 사 두어서 다행이다. 다섯 뼘이면 충분할 것 같다. 누가 부직포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을까? 참 편한 세상이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들은 그냥 말렸었는데...

부직포를 덮었다

다 끝났다. 뿌듯하다. 마무리를 하려고 일어서다가 문득, 비가 오면 담아 치우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좋을까 궁리하다가 비닐을 맞게 잘라서 한쪽을 고정시켜 두면, 비가 올때 얼른 펴서 덮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널이대를 높여서 설치를 했으므로 빗물이 배어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마침 창고에 비닐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가지고 나와 잘라서 덮개를 만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기발한 발상 같다. 

비올 때 덮을 수 있는 비닐 설치

오늘 아침에 텃밭에 나가봤더니 하루 사이에 또 붉게 익은 것이 보였다. 조만간 또 따야 할 것 같은데 널 데가 마땅찮아서 걱정이다. 100주를 심었는데 이렇게 많은 고추를 수확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그래도 풍성하게 수확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오늘의 고추 널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