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_시골할배

210813_무 심을 공간 작업

서정원 (JELOME) 2021. 8. 13. 15:31

출근하니 4시 50분이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장화로 갈아 신고 텃밭으로 향했다. 아침 바람 속에 가을끼가 스며있는 듯 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무더위도 조금씩 물러가려나 보다. 어스럼 했지만 작업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풍나무 가지 사이에 꺼꾸로 걸어두었던 삽을 내리고 가지고 온 장갑을 꼈다. 오른쪽 팔에 통증이 아직 많이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무를 심을 텃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삽 머리 깊이만큼 흙을 파서 엎었다

삽이 꽃혀 있는 지점에는 그동안 수확해 먹은 상추가 있던 곳이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하게 한줄로 정리된 곳은 어제 아침에 심은 쪽파 파종 자리이다. 키가 훌쩍 자라고 씨를 영글고 있던 상추를 뽑아서 버리고 무 밭 작업을 했다. 아침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지만 얼굴로는 땀이 물흐르듯 한다. 안경 유리로 땀이 타고 내려 앞을 보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윗도리 러닝 속옷을 뚫고 겉옷으로 까지 땀이 베어 나왔다. 

땅을 파니 자갈이 많다. 삽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면 요리 조리 깔딱거리면서 위치를 조절해 가면서 작업을 해야 하니 힘도 들고 시간도 훨씬 많이 들었다. 상추는 잎을 먹는 채소라서 뿌리가 깊숙이 내리지 않아도 되지만 무는 뿌리를 먹는 작물이라서 뿌리가 깊이 내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할 듯해서 깊숙이까지 흙을 연하게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용을 쓰며 땅 갈이를 했다. 드디어 무를 심을 텃밭이 완성되었다.

무를 심을 공간

아침 식사 시간까지 40분 정도 남았다. 오늘은 수확할 게 없나 둘러보니 주먹보다 조근 큰 호박이 하나 열려 있다. 아내가 누런 호박이 많이 필요없다며 애호박이 달리면 따 오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 땄다. 푸른색이던 호박들이 누런 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그 익어가는 모습에서도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고, 다 같은 색으로 변해가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익어가는 호박

담장을 타고 있는 오이 줄기에 완전히 숙성하지 않은 오이가 달려있다. 내일부터 3일간 연휴라서 그 이후에 따면 늙은 오이가 될 것 같아서 땄다. 그리고 무성하게 자란 고구마 줄기로 한 봉지 따서 넣었다. 아직도 수확 할 것이 많으니 마음이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