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은 폭우로 난리가 났다고 한다. 여기도 아침에 보슬비가 내렸다. 일찍 출근하여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고는 텃밭으로 나갔다. 비가 와서 물을 줄 것도 아닌데도 가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서다.
텃밭 가까이 가니 놀라운 모습이 기다리고 있다. 밤새 비가 많이 왔는지 고추밭이 물에 잠겨있다. 텃밭을 만들 때, 폭우를 대비한 배수로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난감했다. 비 속에 그대로 두면 고추가 탄저병이라도 들 것 같아서 우산을 접고는 삽과 괭이로 배수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보슬비를 맞으며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비는 고사하고 땀이 등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터 주는 물고를 따라 물이 졸졸 따라서 흘러내렸다. 신발이 흙에 떡이 되어 다리가 무겁다. 질퍽질퍽한 땅을 파서 물고를 축대 가까이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거기서 난관에 부딪혔다. 축대 돌이 촘촘하게 다듬어져 구축되어 더 이상 진척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남감한 마음으로 서 있다가 나무 꼬챙이 하나를 다듬어서 바위 틈 사이를 쑤셨다. 그러자 물이 졸졸 흘러 돌 사이로 스며간다.
그런데 경사가 약해서인지 잘 빠지를 않는다. 고민하다가 반대편으로 다른 물꼬를 또 팠다. 그 그 끝에는 배수로 콘크리트 벽이 가로막고 있다. 나중에 망치를 가지고 와서 일부를 부수어야겠다.
밭을 일굴 때는 배수도 만드시 고려해야 한다. 가뭄에 대한 준비도 해야하지만, 폭우도 대비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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