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챙겨 입고는 집을 나섰다.
여름이 다가오니 벌써 밖은 훤하게 밝았다.
네비게어터로 모산을 누르니 49km로
한 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나온다.
꼭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경로를 알려주지만
난 고속도로의 붐빕보다는 시골길이 좋아서
늘 네비의 안내를 거부하곤 한다.
오늘도 23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양성을 거쳐서 가기로 작정하고 출발했다.
중간 중간 바뀌는 네비의 안내를 보니
국도를 타는 길은 42km 쯤 되는 것 같았다.
5시 25분 쯤 지하주차장을 나섰는데
논에 도착하니 6시 10분 되었다.
오늘따라 모산 시골엔
들에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뻐꾹이와 새들의 노래로만 가득했다.
어제 아내와 들리면서 샀던 장화를 신고
논배미로 내려섰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이른 아침의 땅 기운이
아직도 논 바닥엔 물기가 많음을 느끼게 했다.
논 가운데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위로
아침 이슬이 무성하게 덥혀 있고
양 곁 산으로부터 흘러 불어오는 싱그러움과
하늘 가득 메우며 울려 퍼지는 뻐꾸기 소리가
시골 정원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숨을 한번 깊게 들이마시고는
오늘은 무엇을 할까 삥 둘러 보았다.
지난주에 심었던 열무는 어제 시비를 했는데도
더 자란 기미도 비료 맛을 본 것 같지도 않은 채 있고
부추를 심은 곳엔 새싹인지 잡초인지 구분 할 수 없어
오늘도 그냥 물 빼기 고랑 작업을 하기로 작정…
논두렁을 따라 만든 이랑 다음으로
한 이랑을 만들기로 작정하고
삽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삽 작업 하기에 적당한 물기라는 생각을 하며…
처음 1/3 지점까지는 허리를 펴지 않고도
힘들지 않게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숨이 갚아져서
허리를 펴는 빈도가 잦아졌다.
두 번째 고랑을 만드는 적업을 마치고는
맨 끝 부분에 큰 물고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깊은 도랑을 만들고
주변에 어지럽게 텄던 물고들을 메우는 작업에 돌입
제법 큰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숨찬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드니
왼쪽 산등성이를 따라 아침 햇살이 내려온다.
저 햇살이 내가 일하는 곳까지 오면 더울 것 같아
작업을 서둘렀지만
햇살은 어느새 나를 지나 저만치 아래로 달려간다.
태양이 도는 속도가 참 빠르다는 생각이…
시계를 보니 8시 반을 향하고 있다.
작업에 몰입한 시간이 2시간이 넘었다.
서둘러 삽과 괭이를 챙겨 나오다가
논배미 입구에서 물꼬 일직화 작업을 좀 더 하고는
아내에게 출발 메시지를 보내고 집으로 향했다.
핸들을 잡은 오른쪽 팔이 내 팔이 아닌 것 같다.
삽으로 힘을 주며 일한 것과
멀리 낮은 곳으로 던져 넣는 작업에 팔에 무리가 갔나 보다.
아파트에 도착해서는 캐슬리언센터 샤워장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자 피로가 한결 풀리는 것 같다.
아내가 그러다 몸살 나겠다고 걱정을 하자
내가 또 자제하지 못하고 과로를 했구나 하는 후회…
아침을 먹고 낮잠을 좀 자고자 누웠으나
온 몸이 쑤셔서 잠이 오지가 않는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준비한 농사인데
오히려 건강을 헤치는 일이 되지 않아야 되는데…
좀 더 느긋하게 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또 든다.
'미래_시골할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0626_장마의 시작은 고마음 (0) | 2018.06.26 |
---|---|
180606_피크닉과 농사 (0) | 2018.06.07 |
180525_농협조합원 가입 신청 (0) | 2018.05.25 |
180523_옥수수 심었어요 (0) | 2018.05.23 |
180511_성급하게 시작하다 (0) | 2018.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