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처럼 아침부터 비가 왔다.
아침 운동을 나갔다가 비가 조금씩 굵어지는 바람에
급히 되돌아 캐슬리안센터와 와서는 샤워를 하고
귀가해서 출근준비를 하곤 집을 나섰다.
아내가 뒤에서 우리 옥수수 잘 자라려나 한다.
그동안 가뭄과 무더위가 계속되어
살아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좀 쫙쫙 오면 좋을 텐데.....
출근해서 QT를 하고 식사를 하고는
우산을 챙겨 정문을 나섰다.
아침에 못다한 걷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출발할 때 가만가만 오던 비가
정문을 나서서 얼마 가지 않았는데 주룩주룩 내린다.
아마도 일기예보에서 말한 장마가 시작되나 보다.
우산을 타고 내린 빗물이 바닥을 치고
내 신발과 바지를 적시기 시작했지만
가던 산책길을 계속했다.
문득 장마라는 단어 앞에 자주 붙는
지루한 장마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장마지만
분명 지루한 장마는 아니고
반가운 단비 장마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길 양쪽의 콩이랑 침깨랑 고추나무가
오랜만에 틀어주는 샤워기 아래 놀고 있는 것처럼
잎을 팔랑거리며 즐거워 하고 있다.
물방물을 튀기던 길엔 어느새 물이 차오르고
빗방울은 길이 아니라 물위로 떨어져 내려
오묘한 왕관과 같은 물튀김을 만든다.
물은 어느새 운동화를 흠뻑 적시고
손에 든 우산도 새찬 비에 굴복하여
천 사이로 비를 흘려 내 머리위로 떨어뜨린다.
이 비가 우리 논에 심은 부추와 옥수수에도 내려
분명 죽어가던 생명을 파랗게 살려 놓을 것 같다.
이렇게 고맙게 여겨지는 장마도
또 며칠 가지 않아 지루한 장마라는 표현에
자리를 내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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