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한다고 이것 저것 버리려고 내어 놓는다. 기준은 단순하다. 몇 년 동안 한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다 버리겠다는 것이다. 아깝다.
아내가 버리려고 내어 놓은 컵 중에서 예쁜 것 두 개를 집어서 회사에 가지고 있다. 작은 화분으로 이용하고 싶은데 밑에 구멍이 없어서 배수가 되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유리에 구멍을 뚫으려면 전문 업체에 가서 가공을 해야 한다는데 그런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고 굳이 그렇게 까지 할 마음은 없다.
며칠을 사무실에 놓아둔 채로 보일 때마다 고민을 했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컵 내부에 적당한 굵기의 패트병을 잘라서 그 패트병 아래에 구멍을 뚫은 후에, 그 패트병에 나무를 심어서, 그 패트병을 유리 컵 속에 넣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을 주고나면 배수가 되어 유리 병 안애 고이면, 그 패트병을 들어낸 후 물을 버리면 될 것 같다.
회사내에 자라 있는 남천나무 아래에 씨가 발아하여 자란 조그마한 남천나무 하나를 뽑아 오고, 식당 사장님에게 부탁해서 꽃기린 나무를 한가지 얻어서 심어 보았다. 노력 덕분인지 내 눈에는 예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