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60대 중반이면 옛날엔 늙은이이다.
그러나 지금은 노인 축에 들지 못한다.
또 그렇게 취급당하고 싶지도 않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한 후 평생
새벽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어찌 보면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인생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아침 기상 시간이 빨라지고
그만큼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 보면 그 시간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늘 변화되고 진화된 삶이었다.
오늘도 일어나니 4시 23분이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 간단히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는 올라와 출근 준비를 했다.
집을 나서려다 시계를 보니 6시로 넘어간다.
조심스럽게 중문을 열었다.
행여 문 여는 소리에 아내가 깰까 봐서다.
밤새 외손녀 재운다고 씨름하다가
늦게 잤을 텐데 아침 잠이라도 푹 잤으면 해서다.
젊었을 때는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출근했었다.
하지만 조용히 빠져나와 출근해서 아침을 먹게 된지
언제부터인지 기억되지 않을만큼 오래 되었다.
아마도 딸들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부터인가 싶다.
중문과 대문 사이에 있는 신발장에서
조심스레 구두를 꺼내어 신다가 문득
내가 도둑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었다.
출근길에는 아직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23번 국지도 양쪽으로 가로등이 켜져 있다.
바짝 다가온 겨울 기온에 가로등도 움츠러들었다.
그래도 그 불빛이 운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문득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는 것도 유사하다 싶다.
23번 국지도를 내려 남사 방향으로 가는 지방도로 들어서니
가로등이 없어 시야가 좁아졌다.
자동차 상향등을 켜니 좀 낫다.
조용히 복음전문을 외운다.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요즘의 상향등은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자동으로 꺼진다.
나도 엔지니어이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센서를 참 잘 개발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이 센서들처럼
인간에게도 자동화 되어 있으면 좋겠다 싶다.
세상이 너무 이기주의적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이제 전문은 막힘 없이 잘 외워진 것 같다.
평택 시내를 관통하여 1번 국도를 타고 남으로 내려와
안성천 위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면서 보니
안성천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그 어스름이 그림 같다.
저쪽 안성 시내쪽을 둘러친 산병풍 위로
아름다운 먼동이 트고 있다.
산너머에 불바다가 있나 싶다.
물바다가 아니라 불바다도 있을까?
내려서 사진에 담고 싶지만 참는다.
회사에 도착하자마다 뛰듯이 사무동 옥상으로 올랐다.
저 먼동을 찍어야 되.
샷! 샷! 샷!
먼동을 담았다.
동녁에서 솟아오르는 역동적인 힘을 담았다.
가슴이 부풀어오르는 듯 했다.
돌아 내려오려고 뒤쪽을 보니
달이 아직도 갈길이 먼듯 주춤거리고 있다.
미안해서 그도 카메라에 담았다.
아름다운 모습을 혼자만 간직하기가 아깝다.
우선 가족들에게 인사와 함께 보내고
우리 전도폭발팀인 8조에게 보냈다.
여윤구 집사님의 댓글이 곧 달렸다.
참 부지런한 분이시다.
1층으로 내려가 사내식당 사장님이
따끈하게 준비해 주신 아침을 들었다.
살며시 스마트폰을 꺼내 먼동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그렇게 감탄 해 할 수가 없다.
몇년을 여기서 일해 왔지만 밥 준비한다고 바빠서
이런 모습이 이 주변에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단다.
사무실로 올라와 1시간의 QT시간을 하고는
찬송가 하나를 불렀다.
다시 녹음을 해서 8조 단톡에 올렸다.
음치 찬송이라도 은혜 받으시라고....
난 왜 음치일까 늘 불만이었는데
마음은 교만일 수 없으나
노래는 교만일 수 있어서 하나님이 주신 뜻이라 ,,,,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환경
그리고 그것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를 주시고
나눌 수 있는 동역자를 주신 하나님께
이 모든 영광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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