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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6_터널

서정원 (JELOME) 2018. 12. 16. 21:08

겨울이 깊어가면서 출근길은 더욱 어둡다.

같은 시간대인데도 출근길은

여름엔 밝은 길이었었는데

겨울엔 짙은 어둠에 싸인 길이 된다.

게다가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비친 어둠은

긴 터널을 만들어 같힌 감을 준다..

그러다가 일터에 도착할 쯤이면

동쪽이 어디인지를 분간케 하려는 듯

저 멀리서 먼동이 튼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새벽같이 일터로 나가시면서

'일어나 여물 쳐 놔라' 하시던 기억이 난다.

그러시다가 깜빡 잠이 들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면

먼동이 터 왔는데도 자냐고 호통을 치셨었다.

그 때 아버지가 나에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길러 주신 것 같다.

요즘 난 캐슬리안센터에 운동하러 4시 45분 쯤 간다.

가서 문 열고 1시간 정도 운동하면 사람들이 온다.

난 그러면 샤워를 하고는 출근을 한다.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참 길다.

똑 같은 하루를 알뜰하게 사용하게 된다.

그 습관을 만들어 주신 아버지가 고맙다.



어둠으로 만들어진 터널이 끝나면

거기에 내 일터가 있다.

이 나이까지 일 할 수 있게 하나님이 주신 일터다.

이 일터가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감사히 여겨진다.

그래서 일터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QT부터 하며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다.

어둠의 터널 뒤에는 이런 환한 삶이 있다.

그래서 어둠의 터널은 갑갑함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중간 과정일 뿐이라고 여긴다.



우리는 인생의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그 터널은 반드시 지나가야하는 길목이다.

그 길목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길목의 답답함 보다도

그 길목에서 만나는 힘듬 보다도

터널 저편에서 기다리는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터널 저편에 천국이 있다.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하나님이 주셨다.

비록 터널이 유독 길다고 느껴질 때가 있더라도

우리는 그 소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터널이 두려워서 터널 앞에서 주저낮을 수는 없다.

터널의 캄캄함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다만 지나가야 할 길이고

그 지나감에

하나님이 손을 잡아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함께 함을 믿는 터널은

오히려 비도 피하게 하는 피난처도 된다.



아버지는 그 터널을 알게 하시고 가셨다.

내게 그 터널을 보게 하시려고

새벽 일찍 나를 깨우셨다.

머슴을 도와 여물을 치고 나면

어머니가 김찌를 잘게 썰어 참기름을 붓고

밥을 볶아서 나를 먹이셨다.

그러면 나는 진주로 나가는 버스를 타러 골짜기를 나섰다.


골밖 어른들이 늘 날 보고 일등 등교한다고 칭찬들 하셨다.

그 칭찬이 나를 세우는 동기가 되었고

산골 출신인데도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아버지는 말씀 없이도 행동을 통해 습관을 통해

내가 바르게 일어서도록 키우신 것이다.

아버지는 늘 나를 칭찬하셨고

남들에게 내세워 자랑하셨다.

아버지는 인생의 터널을 내가 어떻게 지나야 하는지를

일찍부터 일고 키워주신 것이다.

그 아버지가 그립고 고마우며

지금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고맙다.

터널 그것은 우리가 자나가야 할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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