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어 따스함이 깃들면
들에는 조금씩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모판이다.
여름이 오기 전에 모내기를 하려면
그 모를 키울 모판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농사였던 벼농사의 시작이다.
따스함이 아지랭이처럼 다가올 때
농부들의 모습도 긴 겨울을 벗고
아지랭이처럼 논과 밭에 불쑥불쑥 솟아났다.
모판이 무성하게 자라면
어머니는 밤 마실을 다니면서 일손을 구한다.
우리집은 언제 모내기 할테니 그리 아소 라고
그러면 다들 각자의 모내기 날을 잡는다.
모내기가 시작될 즈음이면
물을 대어 질퍽한 논들 여기저리로
겨우내 마구간에서 누워지내던 소들이
누렇게 들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낙내들이 모판에서 모를 찌면
아버지는 소로 논을 쓰레질 하고는
찐 모들을 지게에 져서 논 이곳 저곳으로 날라
던져 넣으셨다.
국민학생이던 나는 못줄잡이를 했다.
어른들의 손놀림을 빨리하도록
채 한 줄 심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자~' 하고 넘기면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던 아지매가 눈을 흘겼다.
그러다가 못줄 넘기기를 더디하면
해넘어간다고 아버지가 호통을 치셨다.
그렇게 심은 벼를 가을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여름이면 동네 청장년들을 동원해서
논매기를 해야 했다.
무더위를 이기려고 등에 얼거지 옷을 걸치고
그 사이사이에 버드나무 가지를 꽂고는
벼 고랑 사이를 타고 쭉쭉 밀면서
잡초를을 뽑아 논 흙 사이로 묻는 것이다.
벼잎이 턱을 갈아내서 가렵기 그지 없는
참으로 힘든 작업이었었다.
농부들의 땀 덕분에
가을이 되면 들은 황금으로 변했다.
그러면 어버지는 서마지 논부터 가셔서는
물꼬를 터셨다.
벼고랑 두 줄 정도를 호미로 뿌리채 뽑아서
물이 흐를 수 있는 도랑을 만드시는 것이다.
그래야 물이 빠져서 가을 걷이를 쉽게 할 수 있다.
비가 오면 그 물고를 타고 물이 흐른다.
아버지는 저녁 때면 대나무를 쪼개 만든
미꾸라지 통발을 가지고 나가셔서
물이 떨어지는 물꼬 끝자락에 걸쳐두시고 오신다.
그리고는 이른 아침에 나가 걷으시는데
통발에는 미꾸라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어미가 미꾸라지를 솥에 고아서는
바구니를 이용해 손으로 어깨어서
추어탕을 끓이셨다.
그 추어탕이 참으로 별미였었다.
지금 보편적으로 먹고 있는 추어탕과는 좀 다르다
몇년전에 구미에 갔을 때 추어탕을 먹으러 갔는데
이 옛날 추어탕을 먹을 수 있었다.
소위 지금은 영나무어탕이라고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보양식을 챙기셨던 아버지
그 부지런하셨던 아버지가 그립다.
이번 주말에는 아내와 우리 큰딸과
추어탕이라도 먹어러 가야할까 보다.
아내도 큰딸도 추어탕을 좋아한다.
'글쓰기_일반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1226_외로운 사슴 (0) | 2018.12.26 |
---|---|
181224_미안해 (0) | 2018.12.24 |
181218_감 (0) | 2018.12.18 |
181216_터널 (0) | 2018.12.16 |
181211_눈오기 전의 날씨 (0) | 2018.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