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_일반글

181130_옛날 스케이트

서정원 (JELOME) 2018. 11. 30. 16:26

오늘 아침 출근길에 영하4도까지 찍었다.

겨울이 저만큼 다가온 것을 느끼게 된다.

겨울이 되어도 주로 차량을 이용하므로

커게 추위 걱정은 안해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옛날에는 고향 마을로 들어가는 골밖 입구에서

차가운 삭풍을 만나 돌아들어가는 산기슭에 숨어

얼굴만 내민채 발길을 떼어놓을지 재곤 했었다.

귀마개란 것이 있었는데

귀가 시려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를 막아주었다.

지금은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다니지만

그 때는 홋 껍질의 얇은 헌 교복이 전부였었다.

그런 추위에도 얼음 지치기를 즐겼던 것 같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골짜기 중간쯤에 있던 물논의

물구비를 막아 빗물이 고이도록 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그랬었다.

그렇게 물막이를 해 두면 틈틈이 내린 빗물이 고여

그 넓은 물논이 마치 연못처럼 되었었다.

그곳에 한겨울이 찾아오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우리들의 아이스링크 놀이터처럼 되었었다.

그러면 우리는 겨울 나기를 위해

스케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안전뱅이 스케이트와 외발 스케이트가 있었는데

좀 나이가 많은 아이들은 서서 타는 스케이트를

아직 더 어린 아이들은 안전뱅이 스케이트를 탔다.

손이 어려터져서 손등에 피가 나기도 했지만

그리고 스케이트를 타다가

옆사람의 스틱에 찍히기도 했지만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

아침에 학교가는 길에도 잠시 짬을 내서 타고는

길가 언덕의 돌틈 사이에 스케이트를 숨겨놓고

곧바로 학교로 달려가기도 했었다.

스케이트는 우리의 소중한 놀이 수단이었었다.

지금은 아마도 아이들이 추위에 나가 이를 타면

부모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기겁을 할 것이다.

간혹 갈라진 얼음 사이에 발이 빠져

시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내가 타던 그 스케이트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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