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_일반글

181203_겨울비

서정원 (JELOME) 2018. 12. 3. 07:53

오늘은 새벽 5시경에 집을 나섰다.

4시15분 경에 일어나 지하 캐슬리안 센터에 가서

샤워를 하고 돌아와서는 곧장 출근길에 올랐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자

굵은 빗줄기가 차량 지붕을 세차게 두드렸다.

요란한 소리에 차량 라디오 볼륨을 올렸다.

CBS방송을 통해 새벽기도 설교말씀이 흘러나온다.

문득 고향집 함석지붕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생각난다.

초가 지붕을 함석지붕으로 개조했던 우리집

그 지붕을 쉴 새 없이 때리던 겨울비 소리

시끄러울 듯 한데도 오히려 평온함을 주던 소리였다.

함석 고랑을 타고 내린 빗물은

처마를 가로질러 메단 배수로의 터진 구멍을 타고는

마당으로 곧장 떨어졌었다.

어머니는 그 물을 받으시려고 양동이를 갖다 놓으셨고

양동이로 떨어지는 물소리는 우뢰소리 같았었다.

그 소리에 놀라 가족 모두가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습한 공기가 방문을 타고 들어오면

우리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겼었다.

구들장으로부터 마지막 온기가 느껴져 올라오곤 했다.

비오는 날은 머슴들에게는 휴가처럼 여겨질텐데

부지런한 머슴들은 비에 반쯤 젖은 짚단을 추려서는

사랑방 곁에 붙어 있던 머슴방으로 가져가서는

아침 일찍부터 새끼를 꼬곤 했었다.

그들의 부지런함에 보답이라도 하듯

어머니가 고구마를 삶아서는 가져다 주곤 했었다.

비에 젖은 지푸라기 냄새가 담배냄새와 섞여

묘한 냄새를 발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러한 냄새가 역겨울듯 하지만

그 때는 그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졌었다.

먼동이 터 오면 아버지가 소죽을 끓이기 위해

아랫채에 불을 지피시기 시작하고

그 불담이 훨훨 피어서 어둠을 걷게 할 때쯤

우리는 이불을 들치고 일어나 그 불가로 향했다.

뜨거움이 얼굴부터 비추기 시작해서 온몸으로 퍼졌다.

겨울비는 부지런한 가족들을 더욱 부추겨서

이른 아침을 맞이하게 했었다.

지붕 함석을 두드리는 평온함의 빗소리와

추위를 떨쳐버리게 한 아랫채 부뚜막 따뜻함이

아련하게 떠오르게 한다.

이 겨울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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