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무료함이 늘어간다.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어떨 땐 아무 일도 할 게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자주 생긴다. 토요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분리수거도 하고, 아윤이 옷들도 꺼내어서 다리고 하는 시간은 바쁘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인데, 아침을 먹고 나면 딱히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서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보기도 한다. 코로나 때문인지 많은 채널들이 재방송을 방출해서, TV를 보는 것도 시들하게 느껴진다. 결국 졸음을 느끼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 경우가 많다. 나이든 사람에게는 무료함이 가장 힘든 일이다.
일요일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는 아내에게 산책을 하려냐고 물으니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 내내 손녀 보느라 지쳤을 것은 심히 짐작이 되지만, 무료함을 아내를 통해 달래보려는 생각도 접어야 했다. 손녀를 키워야 하는 우리 사정에 부부도 노년의 무료함을 나누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또 소파에 앉아 있다가는 졸 것 같고 해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집을 나섰다. 다이소에 가서 아윤이 앨범이라도 사오자 마음을 먹었지만, 실상은 다이소까지 걸어갔다 오는데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것 같아서 무료한 시간을 떼우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
노년의 무료함을 줄이기 위해, 묵화원이 지어지면 해 보고자 하는 일들을 회사에서 연습을 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 제법 오래 되었다. 그래서 출근하면 회사에서는 늘 바쁘다. 출근하는 날은 4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서 출발한다. 그러면 도착해서 아침을 먹기 전에 한 시간 정도 개인 일을 할 수 있다. 7시에 아침을 주기에 그 전까지 할 수 있다.
지난 봄에 회사 공터를 갈아 엎어서 텃밭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고추를 110포기 심었다. 아윤이가 좋아하는 옥수수도 씨를 심기도 하고 모종을 사서 심기도 했는데 그것도 그 60~70포기는 될 듯하다. 또 고구마를 한 단 사서 심었다. 옛날에 주말농장을 할 때는 대충 심었는데, 이제는 제법 정성을 다해 가꾸어 보기로 하고 이랑 마다 검은 비닐로 덮었다. 그리고 토마토를 10포기 사다 심고 오이도 3포기를 심었다. 맷돌 호박을 한 봉지 씨앗으로 뿌렸고, 들깨도 한 봉지 심었다. 또 부추도 한 이랑 심었다. 고추와 토마토는 지지대를 설치하고 줄을 쳐서 묶었다. 회사 냉장고에 예전에 뿌리다 남은 열무씨가 있어서 가져다 뿌렸더니 잘 났다. 아내가 권사님이 주신 상추를 맛있게 먹기에 늦었지만 상추씨도 한 이랑 뿌렸다. 제법 농사를 짓는 기분이다. 그런데 풀이 더 잘 자란다. 그래서 아침마다 풀 뽑을 뽑느라고 바쁘다.
회사에서 화경미화원으로 근무하시는 권사님이 여러 가지로 코치를 해 주신다. 고추 밭에 시비를 하라고 하셔서 시비를 했다. 밑가지와 첫 고추 열매를 따 버리라고 하셔서 다 따내고, 살충제와 영양제를 뿌려주라고 해서, 인터넷을 통해 분무기를 사고, 농협에 가서 농약을 사와서 지난 6월 2일에 살포를 했다. 고추가 자라서 윗 부분에 다시 줄을 쳐서 묶어 주리고 하셔서 오늘 아침에 그 작업을 마쳤다. 오늘 아침에는 씨로 싹을 틔운 옥수수에도 비료를 주어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점심 때나 내일 아침에는 시비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또, 삽목을 시도해 보고 있다. 5월 중순에 장비를 20포기 정도 삽목을 했고, 5월 말에는 남천나무 30그루를 삽목했다. 또 6월 1일에는 연산홍 60~70수를 삽목했다. 오늘 아침에는 사무실에 있는 기린꽃도 잘라서 삽수를 했다. 매일 아침 텃밭에 다녀오는 길에, 그리고 점심시간에 물을 흠뻑 준다. 잘 될 지 모르겠다.
여러가지로 노년의 무료함을 피해갈 준비를 해 본다. 바쁘게 연습을 하다 보니 재미도 있다. 인간은 움직이며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료함의 노예가 되어 버려 쉬 늘게 된다. 바쁘게 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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