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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7_가을엔 열매가 영근다

서정원 (JELOME) 2019. 10. 17. 09:15

기다림이 있다.

기다림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기다림을 기쁨이라 하지 않고

기다림이 지루하다고들 한다.

그것은 기뻐하기 보다는 불평하기에 익숙한

또 조급하게만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이 아닐까

기다림의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기다린다.

그만큼 여름이 무덥고 힘든 계절이라서 일 것이다.

그 여름이 있었기에 가을이 더 소중하다.


가을하면 내겐 늘 생각나는 게 있다.

아버지 산소 올라가는 길목에

빠알갛게 영근 맹감나무 열매이다.

고향에 가면 가끔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오는데

아버지를 남겨두고 내려오는 아쉬움을

이 맹감나무 열매가 풀어주었다.

나는 아버지의 열매인데

아버지는 열매인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까?


오늘 아침 산책길에 황금빛 들녘을 바라보니

지난 태풍을 견디고 익어가는 벼가 아름답다.

문득 전도폭발훈련 3기와 4기를 통해

복음을 전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그들이 아름다운 열매로 영글어 가고 있을까?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먹고 자란다는데

그들에게

난 내 발자국 소리,

내 기도가 부족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성령께서 따뜻한 햇살이 되어

그들을 황금빛으로 익어가게 하고 계실 것을 믿는다.

그들이 아름다운 열매가 되어감이

내 아름다운 기다림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