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났다.
눈을 뜨고 시간을 보니 4시 13분이다.
잠시 눈을 감은 채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세탁실 뒷편에 있는 쓰레기들을 챙겨서
로비층 분리수거장에 가져다 두고
지하 피트니스 센터로 가서 운동을 했다.
그리고 여늬 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올랐다.
동지 즈음엔 출근길이 어둠의 터널을 이루더니
이제는 그 터널의 강도가 희미해진 듯 하다.
그만큼 밤의 길이가 짧아지고
낮의 길이가 길어진 것 같다.
그런 출근길의 주변을 보면서
문득 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30년 이상을 근무하던 전 직장에서 퇴임하고
지금의 새 직장을 잡고 나서
23번 국지도로 시작하는 이 길을 근 2년간
똑같이 반복하며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리에서 23번 국도롤 올라 타고 가다가
오산에서 양성방면으로 가는 지방도로 갈아 탄다.
그리고 남사와 성은을 지나 만세고개를 넘고
칠곡교차로에서 평택방향의 고속화 도로를 탄다.
원곡 IC에서 내려 평택 방향으로 달리면
평택 중심가를 지나 1번국도를 안나면
천안방향으로 달려 회사로 향한다.
오백일 이상을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이 똑같은 길이라고 해서 매일 똑 같은 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에는 밝은 길이고
겨울에는 어두운 밤길이며
비가 오는 날은 빗길이 되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길이 된다.
기분 좋은 날이면 흥이 있는 길이고
마음에 걱정이 있는 날이면 울적한 길이 된다.
누군가 난폭운전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짜증나는 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길은 언제나 그 길로 내 앞에 있다.
우리의 인생길은 어떤 길일까.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가는 길일까.
시골에서 태어나 도회지를 향해 가는 길일까
문득 멀리도 왔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마을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도회지로 나갔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려고 부산까지 멀리 갔다가
직장을 얻게 되면서 창원으로 옮겨 갔다.
그리고 IMF 때 수원으로 옮겨 왔는데
많이 갈등하며 택했던 길이었다.
그리고 수원과 오산을 수십년 같은 길을 탔다.
그 와중에 수많은 작은 길들을 타고 살아왔다 싶다.
삶의 수단에 따라 택한 길인 것 같다.
물리적인 길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길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람의 길에서 살아왔던 어린 시절을 지나
배움을 위한 길이 내 인생에 있었고
내 자신의 능력에 의지하며 살아온
교만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내 힘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느끼고
신앙의 삶을 시작하는 길을 택해 살게 되었다.
인생의 목적에 따른 길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길 보다도
이 보이지 않는 길을
어떤 길을 택해서 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삶의 궤적들을 되돌아 보니
아찔한 선택의 길도 있었지만
그래도 난 참 좋은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안전운전하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길들이 오직 나의 힘만이 아니라
늘 안전운전하라는 아내의 조언의 힘도 있었고
안전운전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무서운 시선의 힘에 의해
좋은 길이 되었던 것 같다.
길
길은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선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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