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산골 마을 집 뒤 경사진 밭가에
야윈 노루새끼 한마리가 나타나
갈길을 잃은 듯 머리를 들고 주위를 바라본다
집을 찾아 헤매는 두려움의 눈길이 아니라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의 눈길이라서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게 느껴진다.
장모님을 보내는 화장장에 앉아서
스마트폰에 저장 중인 장모님 사진이 있나 본다
지난해 우리집에 와 계실 때
딸과 외손녀들과 손주사위와 찍은 사진이 있다
야읜 볼살이 아직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엔 기쁨이 있다.
또 다른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지지난 주말에 아내와 찾아뵙고 찍은 사진이다
센텀병원 병실 침대 위에 앉아 계신 사진이다
야위기도 했지만 눈속에 외로움이 가득하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가시려고 그랬나 보다
꼭 마을 뒤로 내려왔던 외로운 사슴의 눈이다
얼굴과 목에도 온통 외로움이 드러난다.
이 사진은 아내에게 보여주지 말아야겠다
그렇찮아도 엄마를 외롭게 해서 보냈다고
눈물짖는데 그 눈물이 또 나게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다
길잃은 사슴이 가족을 찾아가듯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
안식과 위로와 기쁨 속에서 사시기를
마음으로 빌고 또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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