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졌다.
라디오에서는 대설 추위라고 해서
밤새 눈이 많이 왔나 했었는데
오늘이 절기의 대설이라는 것이다.
대설이지만 눈 대신에 추위가 찾아온 듯 하다.
어제 따뜻할 때 세차를 한 것이 다행이다 싶다.
그러고 보면 도회지의 겨울은 깨끗하지 못하다.
눈이 녹다 만 곳곳에 쓰레기들의 드러나고
세차를 못한 차량들이 먼지 떼를 둘러쓴 채
길거리를 활보한다.
그러다 보니 추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차량이나 집 창문을 잘 열지 못하고 지낸다.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옛날에는 겨울이 오기 전에 준비들을 한다.
우선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한다. 많이들 했다.
헌데 요즘은 김포족들이 늘어나고 있단다.
김장 포기 족이라는 신조어도 나다닌다.
그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 땔감을 준비한다.
아버지는 장작을 패서 마루 아래에 재어둔다.
헛간 곳곳에도 가지런한 장작더미가 쌓였다.
초등학교 시절엔
교실에 겨울 난로가 설치되었다.
장작으로 지피는 난로였다.
학생들은 등교길에 장작 하나를 양 끝을 새끼로 묶어
어께에 메고 학교로 갔다.
그러면 선생님이 톱으로 잘게 쓸어서 난로에 넣었다.
3교시가 끝나면 우루루 도시락을 그 위에 올렸었다.
장작은 우리에게 그런 따뜻함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겨울 방학이 되면 나무하러 다녔다.
빈 지게에 낫과 까꾸리(갈퀴)와 새끼를 얹고는
뒷산 언덕길을 올라 나무하러 다녔다.
가까운 곳은 마을 산 소유주가 나무를 못하게 해서
몇개의 큰 산을 넘어서 이웃마을
골용산이 내려다 보이는 곳까지 가서 나무를 했다.
그리고는 힘들어 하면서 지고 와서는
땔감가리를 만들었다
김장 김치 못지 않게 중요한 겨울 준비다.
땔감가리는 앞산의 큰 소나무를 지지대로 해서 만들기도
점녕골 정씨 산소 앞의 소나무를 지지대로 해서도 만들었다.
한해는 그 아래에서 불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불을 내어
온 동네 어른들이 물동이를 동원해서 소화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국 완전히 타고는 꺼졌었다.
시골의 겨울은 김장김치와 땔감이 준비되면 뿌듯하다.
우리산은 동네 건너편에 있었다.
아버지가 한번씩 동네 중간으로 나가셔서
누구 나무를 해 가지나 않는지 둘러보시기도 했다.
어머니는 양지바른 곳을 택해
까꾸리로 땔감들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훓어 내리셨다.
그러다가 작으마한 감나무에 달려있는 작은 감을 따서
내게 먹으라고 주시기도 했다.
어머니의 이마로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리시지만
어머니의 나지막한 노래소리가 있어서
겨울은 그래도 참 따스한 시절로 기억이 된다.
겨울이 다가온다.
올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윤이가 있으니 공기청정기 필터를 청소하고
가습기를 하나 준비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아윤이가 가끔이라도 왔을 때
집안에서 가지고 놀 장난감도 마련해야 할 듯 하다.
옛날 겨울 준비에 비해
매마른 준비라는 느낌이 든다.
아직도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그 옛날 습관대로 겨울을 준비하고 계실지 모른다.
치매가 심해져서 마음속으로 말이다.
다음주쯤 어머니를 뵈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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