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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6_겨울 통시

서정원 (JELOME) 2018. 12. 6. 13:24

지금은 개량이 되어 도회지 집과 비슷하나

옛날 우리집은 지금과는 너무나 달랐다.

할머니가 거하시던 윗채가 있었고

큰방은 할머니와 내가 사용했었었고

작은방은 어머니와 누나와 동생들이 사용했었다.

처음에는 윗채에 3개의 방이 있었었는데

어느날 어머니가 손수 작은방과 갓방을 터서

길다란 하나의 방으로 만드셨었다.

형님은 어느 방을 사용했는지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거하시던 아랫채에는 사랑방과 머슴방

2개의 방으로 되어 있었고

중간에 소마구칸으로 사용하던 곳과

여물을 관리와 소죽을 끓이던 부억이 있었다.

부억과 여물치던 곳을 지나 왼쪽으로 꺽으면

어두컴컴한 곳간이 있었었다.

그리고 사랑방 옆을 돌아서 머슴방 앞쪽에

화장실 그 때 말로 통시가 있었다.



긴긴 겨울밤이면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을 가야만 했는데

변을 보고 나면 아래에서 흰손이 올라와

흰종이 줄까 노란종이를 줄까하며

귀신이 올려다 본다고 해서

화장실 가기가 무섭기도 했었고

추위로 인해 이불 밖으로 나오기가 귀찮아서

꾹꾹 참으며 밤을 넘기기도 했었다.

그래선지 여자들은 요강을 사용하기도 했었다.

남자가 요강을 사용하면 밖으로 오줌이 튀어서

남자들에겐 요강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래서 겨울의 고민 중의 하나가

야밤 화장실 가는 일이었다.

특히 바람이 부는 밤이면

집 뒤 대나무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을시년스런 소리를 발해 으시시 했었던 기억이 난다.

간혹은

바람이 대문을 흔드는 소리가 끼익끼익

귀신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해서

오줌은커녕 이불을 머리 위로까지 둘러쓰는데만

힘을 쓰기도 했었었다.


그래도 우리집 화장실은 집 안에 있었다.

그 화장실 옆에는 아버지가 주무시는 사랑방도 있고

건장한 머슴들이 거하는 머슴방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장가를 들어 처갓집을 가니

처갓집의 화장실은 삽작을 나가는 곳에 동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 벽도 양철판으로 얽어서 붙여져 있고

아랫쪽은 똥을 퍼는 외부와 틔어져 있어서

추위가 그대로 아래로부터 엉덩이 쪽으로 불어왔다.

그리고 외톨로 있는 화장실 뒤쪽은

곧장 대나무 숲으로 연결되어 정말 무섭기 그지없었다.



옛날 겨울 화장실은 정말 가기 싫은 곳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고

거실 옆에 있는 화장실뿐만 아니라

안방 안에도 부부용 화장실이 있다.

그런데도 밤에 용변이 마려워도 일어나기 싫다.

사람은 편해질수록 게을러지는 존재인 것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편해지려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편해지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다.

건강은 부지런함에서 온다.

그래서 옛날 우리 어른들은 곳간을 멀리했지 않을까

오늘도 편함을 쫓는 게으름을 경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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