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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4_가을을 걷다

서정원 (JELOME) 2018. 11. 5. 08:38

가을의 막바지가 따사롭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한데도

낮이되면 햇살 아래의 등어리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다.

교회 목장모임으로 융건능의 가을을 찾았다.

우리는 가을을 아름답다 하면서도

다람쥐 챗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그 아름다운 가을을 맞으러 가지 못하며 살아간다.

주께서 그런 우리에게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융건릉은 도토리 나무 숲으로 유명하다.

어떤 지인은 이곳에서 주어온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서

이웃들과 묵 잔치를 했다고들 한다.

자연도 즐기고 배부름도 챙겼던 그 사람들을 부지런한 사람으로 여겼었는데

융건릉 나무 아래 곳곳엔

도토리는 다람쥐에게 돌려줍시다 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간의 욕심이 도를 넘었었나 보다.



아내는 처음 만난 목장 식구들과

낙엽의 아름다움 보다도

얘기 나눔의 기쁨에 푹 빠진 듯 하다.

위로 쳐다 보면 예쁜 단풍이 손짓을 하고 있음을 볼텐데

얘기에 빠져 쳐다 볼 염두도 못 내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참 다행이다 싶다.

모습만으로 보면 누가 이들을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 하겠나 싶다.

근 5개월을 아이 본다고 같혀 있던 아내에게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 주의 은혜가 감사하다.



부부가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다.

종일 같이 살면서 많은 얘기를 했을텐데도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할까 싶다.

아마도 자연이 주는 포근함과

가을이 주는 아름다움 덕에

평소보다는 더 사랑스런 얘기들을 나누었으리다.

발아래 밟히는 낙엽 밟는 소리조차

이들 부부에게는 얘기를 북돋우는 음악이었으리라 싶다.



불운의 사도세자가 잠들어 있다.

왕가의 권력도 재물도 덧 없음을 느끼게 한다.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성도들끼리 뽐내고 자랑하기 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으라고

오늘 목장 모임이라는 시간을 통해 알라고

우리를 보내주신 것이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가을을 즐기고 대화를 즐기며

마음을 새롭게 가라앉혀 일상을 회복한 길

사람들의 발자국에 길이 반들반들하다.

내가 지나간 발자국이라는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지나가고 나면 흔적이 없는데도

우리는 마치 내 흔적을 깊게 남기려는 욕심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가 지나간 길에는 그 누구의 흔적도 없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아름다운 가을의 형태로 해마다 피어난다.



예쁜 단풍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지만

아무리 발달한 좋은 카메라도

단풍의 아름다움을 담아내지 못하고

예수님 얼굴을 닮은 목장 가족들의 인상을 담아내지 못한다.

카메라를 탓하지 말고 더욱 주의 성품을 닮아가야겠다.



가을 단풍길을 즐기고

융건릉 사거리 건너편에서 같이 칼국수를 먹었다.

이른 식사시간이었지만

반가운 사람들과 먹는 식사는 더욱 맛있다.

오랜만에 먹는 바지락 국물맛이 일품이다.

밖에 나와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나들이 함을 보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챗바퀴 일상에 빠져 지냈었음을 느끼게 된다.

여유가 사람답게 사는 인생인데.....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의 의자에 앉아 차를 마셨다.

뜻뜻한 음식 후에 마시는 커피가 더욱 달콤하다.

밤이 되어 날씨가 다소 추웠지만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음을 다들 함께 느끼나 보다.

그제서야 우리는 통성명을 했다.

이름이야 단톡을 통해 익숙했지만

이름과 얼굴이 매칭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사람은 이름을 알게 되어야만 더 친숙해짐을 다시 깨닫게 된다.

가을 산책과 식사, 그리고 차가 있는 오늘 하루

여유와 사람을 느끼는 복된 하루였다.



재충전의 시간

사람을 만나고 느끼게 한 소중한 시간

가을을 보내기 전에 가을을 만난 시간

삶을 되돌아보고 앞날의 나를 생각해 보는 시간

이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는 시간을 맞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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