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골든글로버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만큼 극장에 가 본지가 오래된 듯 합니다. 지난 주말에 외손녀가 자기 엄마아빠와 주말을 보내려고 갔기에 시간이 한가해서 오후에 유플러스 셋톱 박스에서 영화를 보고자 틀었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고 해서 이리 저리 가르쳐주고는 함께 시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난 졸음이 와서 중간에 그냥 자버리고 아내 혼자서 끝까지 다 보았다고 합니다.
예전엔 간혹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극장에 데려가주는 것을,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며 사는 것인지의 척도로 생각하는 듯 했었기에, 간혹 억지로 시간을 내어서 가기도 했습니다. 그래 봐야 몇 년에 한 번 정도였으니 나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극장들은 다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포기를 했는지 아내는 극장 얘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집에서 TV로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했던 아내가, 오늘 집에서 영화를 보려고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옛 영화들은 이제는 셋톱 박스에 들어가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수 년 뒤에 본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 때 처음 본 사람들은 그 때 처음의 감정으로 보았을 테고, 지금 보는 사람은 지금의 시점에서 처음의 감정으로 보게 되니 똑 같은 것입니다. 한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되는 감정이 한 템포 늦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줄기 유행하고 지나간 영화는 퇴물처럼 여깁니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얼마나 경주하듯 사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내용입니다.
우리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주합니다. 자동차에 타고 시동을 걸면 그 때부터 경주자가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서면 편안하게 모닝 커피 한 잔을 찾는 것이 아니라, 출근 전쟁을 시작합니다. 주변 어디에도 여유라는 놈은 보이지 않고 부랴부랴 뛰어다니는 분주라는 놈만 보입니다. 그래서 돈도 많이 들고, 사고도 많이 납니다. 스트레스도 많고 병도 많아집니다. 어쩌다 우리가 이 분주함이라는 구속 속에서 살아가게 된 것일까 싶습니다.
이제라도 빨리빨리가 아니라 느릿느릿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남을 이기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게 내버려두는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지나간 영화도 새 것인 양 즐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따라 잡는 희열이 아니라 멀어져 가는 여유를 즐기고 싶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호호 불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식은 커피가 가진 독특한 맛을 찾아 즐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동원목사님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삶을 사셨던 것처럼 나도 '그럴 수 있겠네"라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빨리가 아니라 느긋하게 사는 연습을 해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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