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T를 막 마무리하고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있으니
아내가 식탁 준비를 좀 하라고 성화를 부른다.
오늘 아침은 김치볶음밥이라며
복음밥은 제 시간에 먹어야 맛있는데 하면서
사위 보고 아침 8시까지 오라했는데 안온다며
이래 저래 불만인가 보다.
기다리다가 결국 우리 부부만 먼저 먹고 있으니
사위가 들어선다. 유미도 아윤이 분유 끝내고 나온다.
아내가 해 주는 김치볶음밥은 처음인 것 같다.
김비볶음밥을 보니 어릴 때 생각이 난다.
큰누나가 중학교 다닐 시절이었으니
난 초등학교 저학년 이었을 때 인 것 같다.
새벽일찍 읍내로 통학하던 큰누나를 위해
어머니가 작은방 부엌 숯불 위에서
식은 밥과 김치에 참기름을 곁들여 볶아서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면
큰누나가 서둘러 몇숫갈을 떠 먹고 남기면
그것이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추억을 듣고 있던 유미가
할머니에 대한 기억으로는
고모들을 위해 그렇게 섬세하게 챙겨준게 생소하단다.
명절 때나 되면 할머니를 찾아 뵙고
그 때마다 할머니가 길 막힌다고
서둘러 가라고만 했던 모습을 보다보니
할머니의 정 많은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가을걷이 때가 되면
우리 식구들은 어른 아이 구별없이
새벽 4시쯤 되면 산너머 책골에 가서
볏짐을 져 날랐는데
어머니는 그 보다 일찍 일어나셔서
식구들이 먹고가도록
김치국밥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고 전했다.
그 때 그 김치국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했더니
아내 왈
처음 시집을 와서 시골에 있을 때
어머니가 들에 나가면서
점심 때 김치국밥 끓여먹자 하곤 가셨는데
한번도 국밥을 끓여 본 적이 없어 난감했는데
나름 신경을 쓰서 끓였더니
그 국밥을 먹으신 어머니가 아내더라
세상에서 먹어본 국밥 중에 제일 맛있다 하셨단다.
장말 맛이 있었었는지
아님 어머니가 며느리 칭찬을 위해 하신 말인지는
글쎄 알 수가 없지만 훈훈한 얘기다.
출장길에서든 나들이길에서든
요즘도 자구 국밥을 먹는다.
장터국밥도 좋아하고 콩나물국밥도 맛있다.
돼지국밥도 맛있다.
옛날 어머니가 물을 끓여
김치와 멸치와 식은 밥 외에는 넣은 것이 없었던
그 김치국밥에 비해 많은 것들이 들어간 국밥이지만
요즘도 그 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식구 모두가 등잔불 아래서 먹던
그 김치국밥 맛이 입가에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