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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4_고구마

서정원 (JELOME) 2018. 11. 14. 10:34

아침에 운동하고 올라와서

입었던 속옷을 세탁실에 가져다 두고

주방을 지나오면서 보니

아내가 고구마를 구워서는

아일랜드 탁자위에 둔 게 보였다.

근무 중에 출출할 때 먹을까해서

한개를 슬쩍 해서 가방에 넣었다.



지난 해부터

아내가 가을이면 고구마를 사기 시작했다.

같이 섬기던 노권사님의 지인이 고구마 재배를 하는데

호박고구마가 맛있다며 2박스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며칠전에 배달되어 와서

한박스는 큰딸 집에 주고 한박스를 구워서 먹는다.

어떨 땐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고

나들이를 갈 때면 구워서 가져가 먹기도 하며

주말 간식으로도 즐겨 먹는다.



어릴 때 우리집에도 고구마를 심었었다.

고향 골짜기 중간쯤에 있는 비탈밭에 심었었는데

비탈진 곳이라 배수가 잘 된 밭이라 고구마가 잘 되었던 것 같다.

우거진 고구마 줄기가 풍성한 뿌리를 기대케 했었다




고무마를 캘 때면 아버지가 쟁기로 깊이 갈아 엎으면

우리는 뒤따라 가면서 다음 뒤짚을 때 묻히지 않도록

옆 고랑으로 들어내는 작업을 했었고

어머니와 누나들은 잔뿌리를 없애고 담는 작업을 했었다.



캐낸 고구마는 가마니에 담아서 면에 달리기도 했고

밭을 깊게 파고 묻어 두었다가 겨울 내내

조금씩 꺼 내어서 먹기도 했으며

고구마 빼때기로 썰어 말려서 팔기도 했었다.

그런 빼때기를 넣어서 죽을 끓어서 먹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고구마는

방학 때 집에 가 있는 동안

부엌 잿속에 묻어서 구운 군고구마였다.

재를 톡톡 털고 호호 불면서 까먹은 고구마는 와우였다.

혹은 나무하러 가는 지게 위에 한뿌리를 얹고 가서는

갈비나무로 데운 양철판에 슬라이싱처럼 해서

노릇노릇 구워서 먹기도 했었다.

또한 한겨울에 차가운 채로 생것을 깍아서

베어먹는 맛도 별미였었다.


초등학교 6년 때

중학교 갈 아이들이 선생님의 과외공부로

조비 마을 절에서 밤공부를 했었는데

밤늦게 마친 관계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마을의 사랑방에서 거하기도 했었는데

한 친구가 사랑방 윗목에 보관하던 생고마를 먹고

토하기를 해서 무서웠던 기억도 난다.


고구마는 우리 곁의 흔한 먹거리였었는데

지금은 별미를 맛보기 위해

특별히 구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비탈밭에서 고구마를 캐다가

중간에 앉으셔서 우리를 내려다 보시곤 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따스한 가을 볕이 아버지의 등을 비추고

힘들고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둘러보시던 아버지

그 자애로운 모습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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