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630_곁가지 치기
고추밭에 살충제와 영양제를 치면서 보니, 그 사이에 또 곁가지가 자라 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곁가지는 양분을 빨아당겨서 고추나무가 자라는 것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열매에도 영향을 줘서 부실하게 한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곁가지를 따서 아내에게 갖다 줘서 나물을 무쳐 먹었는데, 엊그제 약을 쳤기 때문에 먹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곁가지를 치기로 했다. 곁가지를 치고 되돌아 보니 골 사이에 수북히 쌓여 있다. 예전에 주말농장 할 때는 곁가지도 자라서 고추 열매를 맺을 것이라 여겨 제거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더불어 고랑에 나 있는 풀도 뽑았다. 그 풀을 타고 진딧물이나 총채벌레 같은 것들이 타고 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고랑 사이 뿐만 아니라 고추밭 둘레의 풀들도 깨끗이 제거했다. 작물도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병에 안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추밭을 정리하고 나서 보니 그래도 시간이 좀 남았다. 휘 둘러보니 고추밭 주변에 심어 놓은 옥수수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줄기와 잎 겨드랑이 사이로 옥수수를 맺기 시작한다. 그런데 맨 앞 줄에 심어 놓은 옥수수 나무의 밑둥이 갈색으로 시들어 있다. 혹시 저것도 병이 든 것은 아닐까? 혹시 그 병균이 고추나무로 옮겨 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옥수수 나무의 밑둥도 깨끗이 손질을 하고 다듬었다.
오이나무 줄기에 오이가 대롱대롱 달려 있다. 오늘 점심시간에도 한 개를 수확할 수 있겠다. 하루에 하나씩 딸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것이 신기하다. 어제도 따가서 아내에게 주었더니, 키운 오이와 마트에서 산 오이는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갓 수확한 오이는 속이 파릇파릇한 색깔이고 씹으면 아삭아삭 한 맛이 나는데, 마트에서 산 오이는 속이 흰 색이고 아삭한 맛이 없다고 한다.
여기 저기 심어 놓은 맺돌 호박 넝쿨이 자유분방하게 뻗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언제 자라나 싶을 정도로 느릿느릿 커 가더니 어느 정도 자라니 거침없이 뻗어간다. 아내가 그 많은 호박을 다 어디다 쓸 것이냐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얼마나 수확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은 아닐지. 그 호박 넝쿨에도 드디어 호박이 맺혔다.
봄이 가고 여름이 다가 오면서, 거침 없이 자라고 짙어가는 작물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처음은 힘들지만 그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거침 없이 성장해 갈 수 있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며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