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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1_봄비
서정원 (JELOME)
2019. 3. 21. 10:53
봄비는 동행한다. 봄을.
비포장 신작로에 내린 비는 황토색이었다.
아직도 차가운 빗물인데도
국민학생인 우리는 성급하게 신발을 벗고
빗물이 고인 웅덩이를 밟으며 집으로 행했다.
지나가던 버스 바퀴에 튄 흙탕물이 옷에 튀기지만
그 흙탕은 엄마의 손빨래로도 쉽게 빨아졌었다.
아직 어려서 알지는 못했지만
봄이 실려오는 봄비가 반가웠었나 보다.
어제부터 시작된 봄비가 오늘 아침엔 잦아지고
포장된 23번 국도는 젖어져 있어
빠르게 달리는 옆차의 바퀴의 회전력에 튀어져
내 차 옆에 심한 얼룩를 만들었다.
그것이 직접 옷에 뿌려지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여겨진다.
세상을 가득 메웠던 오물이 씻겨져 만들어진 것 처럼
심한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같은 봄비 인데도 같은 봄을 동행하는 봄비인데도
옛날 비는 깨끗함이 있고
지금 비는 더러움을 느끼게 한다.
자꾸만 옛 것이 그리워짐은
세상이 혼탁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 의한 더렵혀짐이 다시 사람에게로 돌아온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작은 나 스스로부터
자연을 사랑하고 아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옛 봄비만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옛 봄비를 회복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봄비로
겨우내 우리 주변을 더럽게 했던 것들이
다 씻겨나기를 바라면서....
내 마음에도 깨끗한 봄이 다가오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