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_일반글

181126_서리

서정원 (JELOME) 2018. 11. 26. 08:25

오늘은 월요일이라 헬스장 문을 열지 않는 날이다.

그래서 월요일엔 평소보다도 더 일찍 출근한다.

아침에 회사에 도착하니 6시가 채 되지 않았다.

간밤에 전원에 문제가 있었던지 난방기가 들어오지 않아

전기 스토브를 켜고는 QT를 했다.

QT를 끝내고 나니 그제서야 햇살이 창문를 넘어왔다.

동트는 모습을 보려고 블라인더를 걷으니

창밖 연못가의 쉽터 지붕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다.

그 서리 내린 모습이 한층 추위를 더하게 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서리가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어릴 때 서리는

시골 곳곳을 덮었었다.

초가 지붕의 지푸라기를 얼게 하기도 했었고

가을걷이를 마친 돈두렁에도 소복히 내려 앉았으며

감을 따고 몇 개 남아 달려있는 감나무 위에도 내려

아직 채 홍시가 되지 못하고 있던 덟감을

단맛으로 변하게도 해주었던 추억이 난다.

홍시는 물기가 많은 풍성한 닷맛을 주지만

서리에 달구어진 덟감의 단맛은

생감과 홍시의 중간 정도로 소프트한 느낌을 주는

그리고 슬러시와 같은 묘한 단맛을 주는 것이었다.


서리가 내리면 농부의 일손도

가을 추수의 바쁨을 떠나 한가해지기 시작했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의 여유로움이 있어서

아마도 농부들이 농사일을 감당해 내는 건지도 모른다.

힘든 농사일과 농한기의 휴식 말이다.

하지만 도회지의 삶은 이런 쉼이 부족하다.

일년 내내 바쁨과 쫒김의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말이나 여름 휴가기간이 되면

그 휴식도 쫒기듯이 또 일상의 한 반복처럼

살아가는 매마름 같다.

그래서 아직도 시골에서의 삶이 아련하고

다시 겪어보고 싶은 삶의 모습처럼 여겨진다.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도회지 삶 속에서도 여유를 느끼는 지혜를

찾아봐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