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21_꽁다리
겨울이 오기 전에 김장을 한다.
설날까지 겨우내 먹을 반찬이기 때문이다.
김장을 든든히 해 두면 겨울을 날 걱정이 사라진다.
장독대에 커다랗게 자리잡은 김치독에서
살얼음이 살짝 낀 김치를 썰어서 밥상에 올리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부자 밥상이 차려진다.
그 김장철이 다가왔다.
하지만 최근엔 많은 사람들이 김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30년 이상을 성실하게 김장을 해 왔던 아내도
지난해부터는 절인 배추를 주문해서 김장을 한다.
그러다 보니 볼 수 없게 된 것이 배추 꽁다리다.
배추를 뽑으면 짜리몽탕한 배추뿌리가 붙어서 나온다.
그 어떤 식물의 뿌리보다도 작게 붙어 있다.
아낙내들은 뽑은 배추에서 그 뿌리를 사정없이 잘라버린다.
하지만 어릴 때 아버지가 낮으로 깎아주며 먹어보라던
그 쌉소롬한 배추뿌리 맛을 잊을 수 없다.
그 맛을 볼 수 없게 된 절임배추 주문 김장이 허전함을 준다.
난 김장김치 중에서도 노란 속살 부분 보다도
짙은 녹색의 푸른 부분을 더 좋아한다.
그 쌉소롬한 맛이
아마도 배추 꽁다리 맛과 비슷해서 인지도 모른다.
가정주부들은 김장김치를 썰어 상에 올릴 때
배추의 잎쪽 부분을 소중히 썰어 올리고
뿌리가 붙었던 잎들이 붙어 있는 부분은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난 아내더러 그쪽 부분을 버리지 말고 달라고 한다.
그것도 아마 꽁다리 맛에 가까워서 인 듯 하다.
난 꽁다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잘 살게 된다고 믿는다.
꽁다리를 좋아한다는 것은 소박하고 검소하기 때문이다.
꽁다리까지 소중히 여기고 아까워 하는 마음이
낭비하지 않는 습관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난 비누도 꽁다리라도 버리지 않는다.
닯고 닯아 없어질 때까지 사용한다.
집에 여분의 비누들이 수없이 많지만
쓰다가 쉽게 새 비누로 바꾸어지지 않는다.
그것도 내가 꽁다리를 좋아하는 습관 때문인 듯 하다.
며칠 전에는 아내가 집에 방문한 교회 지인들에게
비누와 치약과 샴퓨 등이 담긴 생활용품 박스를 뜯어
나누어주었더니 좋아들 하더라고 했다.
내가 아껴서 쓴 물건들이 남에게 기쁨을 주는 것도 기쁨이다.
그런 나를 궁상떠는 모습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꽁다리 사랑 삶이 오히려 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럽다.
그래서 그 꽁다리 인생을 버릴 생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