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_일반글
181121_풀마르는 냄새
서정원 (JELOME)
2018. 11. 21. 17:05
냄새의 종류는 참 많다.
그 중엔 좋은 냄새도 있고 싫은 냄새도 있다.
무슨 냄새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우리는 그 냄새를 특정한 물질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코를 막게 하는 봄날 시골길의 똥냄새도 그렇고
초여름 고향으로 들어가는 골짜기 양쪽으로 늘어진
아카시아의 향긋한 냄새도 아카시아 냄새로 표현한다.
그래서 비유적으로 말하지만 대부분이
그 냄새의 표현에 대해 같은 느낌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설명해도
상대에게 제대로 전해질 것 같지 않는 냄새가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냄새는 유독 나에게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름하자면 풀마르는 냄새이다.
초여름 논두렁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서
타작마당에 널어 말릴 때 나는 풀마르는 짙은 냄새이다.
그리고 가을 한가운데서 시골 논두렁 부근을 걸어갈 때
벼를 베어낸 자리의 그루터기가 말라가면서 내는
짚 냄새 같기도 하고 풀냄새 같기도 한 묘한 냄새이다.
단맛인지 쓴맛인지 애매모호한 음식 맛처럼
어떤 대상물을 빗대어 설명하기 어려운 이 냄새가
나에겐 유독 고향을 생각하게 하고
어릴 때 동무들과 뛰어 놀던 유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초여름에 아버지가 지게 가득 베어 와서
마당에 널어 말리던 그 풀 더미 속에는
빠알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맹감나무도 빼꼼히 섰여 있었었다.
가을이 끝나가는 이 계절에
그 풀말라가는 고향의 냄새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