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08_고향
외국 사람들이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한민국의 남쪽 지방이라고 대답한다.
혹은 부산 근처라고 대답할 때도 있다.
국내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고향을 물으면
경상도라고 하든지 진주라고 대답한다.
혹여 동향 사람임을 알고 물으면 솔미라고 한다.
그래서 내 블로그 이름이 솔미이다.
대화 속에서의 고향은 지명을 얘기한다.
하지만 우리가 고향을 생각한다든지 하는 그 고향은
단순히 지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살았던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늘 점심을 먹고 믹스 커피 한잔을 준비한 후
아직도 내리는 차창 밖의 가을비를 보니
문득 고향 생각과 향수가 밀려온다.
그리고 그 고향에 대한 느낌이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의 기억 속에 있는 고향과
성장하면서 그리고 느꼈던 고향과
지금 나이를 먹고 나서의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마도 어릴 때의 고향은 내가 작은 발로 뛰어다닌 곳인데
그리고 그 고향은 나의 조그마한 발자욱을 기억하고 있을 텐데
지금 내가 찾아가는 고향은 찾아가는 내 발은 많이 커 버려서
나의 발을 기억하지 못해서 어색한 발이라서 일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고향 하면 시골을 연상한다.
산이 있고, 산등성이로 타고 내리는 아침 햇살이 있고
저 멀리 들판 중간엔 소가 버드나무에 매여 있는 곳.
골짜기 양쪽으로 비가 오면 개울물이 흐르고
빗물이 토란잎을 타고 또르르 흘러 내리는 곳.
명절이 되면 동구 밖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가엔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있고
도회지로 나가 있던 처자가 땀을 흘리며 부모님 선물을 들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곳.
그런 시골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시골보다는 도회지가 더 많아지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대부분이 도회지인 시절이 오면서
고향이 시골이 아니라 도시인 사람들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 고향의 추억은 없고
오직 지리적인 위치로만 대화하는 세상이 되어 간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세대의 사람이 아님이 다행이다 싶다.
매마른 세상에서 그래도 고향에 대한 추억만이라도
정겨운 색깔의 고향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우리가 느끼는 이 고향이라는 따사로움이 갈수록 변해서
고향이라는 단어의 냄새조차 변해갈 것을 생각하니 아쉽다.